최준원양 실종 다룬 영화 <증발>..수사관들 "'미제'라는 말은 없다"
- 2020. 10. 20
2000년 4월4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사라진 6살 소녀 최준원양. 국내 5대 실종 사건으로 불리며 20년째 행방이 묘연한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증발>이 다음 달 개봉한다. 영화에는 장기실종아동을 둔 가족과 담당 수사관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답니다.
영화 출연진으로 이름을 올린 서울지방경찰청 강성우 경사(44)는 빼곡한 수첩에 사라진 아이 정보를 적어가며 전국을 돌아다니는 준원양 아버지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지치고 외로워 보였다”고 말했답니다.
이달 기준 경찰청에서 집계한 국내 18세 미만(실종 당시) 장기실종 아동은 781명이다. 폐쇄회로(CC)TV가 보급된 후 실종 발생 건수는 줄었다고 하나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경찰에 접수되고 1년이 지나도 행방을 찾지 못한 사례가 ‘장기실종’으로 분류돼 각 지방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에 맡겨진다. 준원양 사건 등을 다루는 서울청 수사팀은 모두 132건을 다룬다. 팀원이 6명이니 한 명당 22건을 담당한답니다.
강 경사는 2017년 준원양 아버지를 처음 만났다. 2013년 시작한 다큐 촬영용 카메라와 함께였다. 세상의 관심에서 잊혔을 때조차 혼자 아이를 찾아온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큐로 담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 촬영에 동의했다. 강 경사는 “아버지가 수사관들이 자주 바뀌어 힘들다고 호소했던 기억이 난다. 장기실종자 전담팀이 생겼다는 데 기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방청 전담팀은 2016년 생겼다. 그 전까지 준원양 사건은 중랑경찰서에 맡았답니다.
이 사건이 장기화된 것은 초기 경찰의 미숙한 수사가 원인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이가 실종됐는데, 뚜렷한 목격자나 아이의 흔적조차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는 ‘최준원 실종사건’에 대해 “결정적 증거가 됐을 수 있던 소*병 조각의 DNA 검사를 요청하지 않는 등 경찰의 실수”가 있었다며 “(CCTV가 많지 않았던 상황 등) 엄청난 불운과 경찰의 미숙한 수사”가 원인이었다고 설명돼 있답니다.
강 경사는 “그간 준원양 사건 관련된 수사 보고서만 A4 용지 400~500장이 담긴 바인더 5~6개였다. 처음부터 단순 가출이 아니라 납치·유괴 등으로 가정하고 수사했던 것 같다”며 “재수사하며 과거 수사관들도 만나봤다. 이 사건은 가볍게 처리되진 않았던 같다”고 말했다. 조사 기록에 따르면,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소*병 조각에 대해 조사를 했고, 결국 지문 등 용의자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답니다.
사건이 발생한지 오래돼 증거가 부족한 장기실종 수사는 ‘상상력’과 ‘수작업’이 결합된 수사가 필요하다. 영화에는 수사팀이 나이 변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성인이 된 준원양의 몽타주를 추정해 만드는 모습이 나온다. 준원양이 실종된 당시 뒤늦게 출생신고 된 아이들 중 일부를 전수 조사해 준원양과의 연관성을 밝히는 모습도 나온다. 강 경사는 “실종자 가족에게 반드시 아이를 찾아준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최소한 못해봐서 한이 되지는 않게 모든 방법을 강구해보려고 하는 마음이다”고 말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