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와 싸우고 집 나간 얼룩말···"부모 잃은 뒤 반항"
-2023. 3. 24.
3시간 동안 서울 광진구 일대를 활보한 수컷 얼룩말 ‘세로’가 부모를 잃은 뒤 일탈 행동을 벌이다 어린이대공원 담장을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공원은 내년에 점찍어 놓은 암컷 얼룩말을 데려와 세로와 함께 지내게 할 예정이랍니다.
24일 어린이대공원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50분 대공원을 탈출해 3시간 만에 생포된 얼룩말 세로는 마취에서 깨어나 사육사들의 돌봄을 받고 있다. 조경욱 어린이대공원 동물복지팀장은 “세로가 건강하게 잘 지내는 모습을 사육사들이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세로 탈출 소식이 알려진 뒤, 지난 1월 서울시설공단 유튜브에 올라온 짧은 영상이 뒤늦게 화제가 됐다. 세로가 ‘반항마’가 된 숨겨진 사연이 소개됐기 때문이다. 대공원 초식동물마을에 사는 세로는 어린 시절 엄마 아빠 ‘껌딱지’였지만, 부모 얼룩말이 잇따라 죽은 뒤 성격이 달라졌다. 2005년생 엄마 ‘루루’는 2021년에, 1999년생 아빠 ‘가로’는 지난해 자연사했다. 얼룩말 수명은 약 25년이다. 혼자 남겨진 세로는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옆 우리에 사는 캥거루에게 시비를 걸고, 집에도 잘 안 들어오려 했답니다.
어린이대공원 측에 따르면, 세로는 2019년생으로 올해 만 세 살을 갓 넘겼다. 사람 나이로 치면 사춘기다. 현재 어린이대공원에 얼룩말은 세로 한 마리뿐이라 사육사들이 정성껏 돌봤지만, 세로는 점점 더 예민해졌고 일탈 행동도 잦아졌다. 급기야 전날 나무 울타리를 부수고 동물원 밖으로 뛰쳐나가 거리를 활보하게 된 것이다. 조 팀장은 “세로가 반항은 했지만 과격한 행동을 보이진 않았다”며 “평소 습성을 고려할 때 다시 탈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답니다.
세로에게는 사육사들이 짝지어 둔 암컷 얼룩말이 있다. 아직 어려서 부모 곁에 머물고 있지만, 내년에는 어린이대공원으로 암컷 얼룩말을 데려와 세로와 함께 지내게 할 계획이다. 사육사들은 세로에게 친구가 생기면 한층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로의 보금자리도 새 단장을 할 예정이다. 나무 울타리를 철제로 바꾸고, 높이도 더 올리기로 했다. 현재의 우리는 2010년 지어졌는데 당시만 해도 관람객 시야와 편의에 맞춰 공간을 조성했던 터라, 동물 복지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조 팀장은 “안전과 복지에 최우선을 두고 시설을 보강할 것”이라며 “갑자기 도로에 뛰어든 세로 때문에 놀랐을 텐데 세로가 차에 치이거나 다치지 않게 양보해 준 운전자들과 시민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답니다.
어린이대공원은 생태공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이미 수년에 걸친 번식 제한 노력으로 종수를 상당히 줄였고, 더 넓은 공간에서 동물들이 흙을 밟으며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사육장 환경을 야생과 가깝게 조성할 계획이다. 어린이대공원 관계자는 “동물들을 당장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해 인간과 동물이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정말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답니다.
- 탈출 동영상 현장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yOGrnBVqfMs
“당근 거부하지만 건강”…얼룩말 세로의 ‘인간 엄마’는 눈물을 훔쳤다
- 2023. 3. 24
동물원을 탈출해 도심을 누볐던 4살 얼룩말 ‘세로’는 현재 안정을 취하기 위해 실내에서 수의사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보수 공사로 외부 공간에 나가지 못해 마음이 상한 세로는 가장 좋아하는 간식인 당근도 거부하고 있답니다.
24일 오후 서울어린이대공원 얼룩말 사육장에서 <한겨레>와 만난 세로 담당 사육사 허호정 과장은 “아직도 어제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 다행히 안정을 취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허 과장은 지난해 1월1일 이곳에서 처음 세로와 만나 1년3개월가량 교감해왔다. 사육사는 전날 세로가 탈출한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허 과장은 “세로가 마취제를 맞고 나서 일어나기는 바로 일어났는데 불안정한 상태였다. 다행히 지금은 회복했지만, 마음이 상한 상태”라고 했다. 사육사는 세로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 당근인데, 당근을 줘도 먹지를 않고 실내 기둥을 머리로 ‘툭툭’치고 있다고 전했답니다.
원래 오후 시간대면 외실로 나가야 하지만, 세로가 부순 울타리의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라 실내 공간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하루에서 이틀 정도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세로는 ‘간식 파업’으로 투정을 부리는 중이다.
사육사는 이전까지는 세로가 돌발행동을 보인 적은 없었다고 했다. 허 과장은 “엄마, 아빠를 갑작스럽게 떠나 보냈지만, 세로는 옆 울타리에 있는 캥거루와 알파카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노는 것을 좋아해 잘 적응했던 상황이다”면서 “세로가 아직 어린아이고, 겁이 많아서 본인도 지금 엄청 놀란 상태”라고 했답니다.
허 과장은 부모가 급성으로 사망한 탓에 세로가 홀로서기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세로는 2021년에는 엄마를, 2022년에는 아빠를 갑자기 잃었다. 야생성이 강한 얼룩말은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동물원 내실과 외실을 이동할 때도 부모를 따라다녔던 세로가 갑자기 혼자가 되면서 적응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러나 허 과장은 “처음에는 멀리 당근을 던져줘야만 먹었지만, 점점 가까워지면서 지금은 손으로 주는 당근을 먹는다”며 “점점 가까워졌다”고 했다. 짝꿍으로 데려올 암컷 얼룩말도 얼마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해 내년에 데려올 예정이다. 허 과장은 “빨리 데려오면 좋지만, 서로 경계를 할 수도 있고 너무 어린아이들을 함께 두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답니다.
보수 공사가 완료되는 대로, 세로는 다시 바깥 구경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어린이대공원에는 “세로를 언제 볼 수 있냐”는 시민들의 문의가 잇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