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권도형, 한국 아닌 미국으로 송환…美로 가면 100년 이상 징역 가능 - 2024. 2. 22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사진)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21일(현지시간) 권 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했다고 현지 일간지 포베다가 이날 보도했다. 법원은 "권도형이 금융 운영 분야에서 저지른 범죄 혐의로 그를 기소한 미국으로 인도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권 씨의 송환 결정이 나온 것은 그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지 11개월 만이다. 도피 기간으로 따지면 22개월 만이랍니다.
앞서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지난 8일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에 권 씨를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곳으로 인도할지 직접 결정하라고 명령했다. 일반적인 범죄인 인도 절차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송환국 결정 주체가 돼야 하지만 권 씨가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약식 절차에 동의한 이상 법원이 결정 주체라고 판단한 것이다.
권 씨 측은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법무부 장관의 정치적 판단이 아닌 법원이 순수하게 법률에 근거해 송환국을 결정한다면 권 씨가 한국으로 송환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권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했다. 결정 근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법원 대변인은 권 씨가 3일 내에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답니다.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의 피해 규모는 50조 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권 씨가 미국에 인도된다면 중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또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검찰은 가상자산에 증권성이 있다는 판단을 적용해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SEC는 2022년 2월 권 씨와 테라폼랩스가 "수백만달러의 암호화 자산 증권 사기를 조직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뉴욕 연방 검찰은 한 달 뒤 사기·시세 조종 등 8개 혐의로 그를 기소했습니다.
권 씨는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권 씨는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넘어왔고,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하고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함께 검거됐던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국내로 송환돼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답니다.
“젊은 명망가에서 사기꾼 전락”…권도형 체포에 외신도 주목 - 2023. 3. 26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장본인으로 꼽히는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도피 6개월여 만에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것과 관련해 외신들이 그의 행적을 조명하고 있다.
26일 AFP통신은 권 대표의 체포 소식을 전하며 작년 3월까지만 해도 개인투자자 수천명이 그의 회사에 투자하고자 줄을 서는 등 한국에서 ‘천재’로 묘사됐으나, 전문가들이 그의 암호화폐 ‘테라’에 대해 일찍이 ‘폰지 사기(다단계 사기)’ 의혹을 제기해왔다고 보도했답니다.
권 대표는 현재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몬테네그로 경찰에 의해 구금된 상태다. 미국 정부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증권 사기’ 혐의로 권 대표를 기소했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그를 추적해온 한국 정부도 송환을 요구 중이다.
AFP는 권 대표가 지난 2018년 재계에 다양한 인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니얼 신과 테라폼랩스를 공동 창업하고, 암호화폐 ‘테라USD’와 ‘루나’를 개발한 인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대니얼 신의 인맥에 힘입어 젊은 산업계 명망가로 급부상한 그는 2019년 포브스의 30세 이하 아시아 3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권 대표가 만든 테라USD는 자매 코인 루나와 함께 한때 시가총액 상위권 암호화폐로 큰 주목을 받았다. 급격한 가격 변동을 막고자 미국 달러 등 안전 자산에 연동한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으로 판매되면서 투자 수요를 부추겼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테라USD가 자매 통화인 루나에만 수학과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사용한 알고리즘으로 연결돼 있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현금이나 금 같은 실물 자산과 연동된 다른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그 모델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일각에서는 폰지 사기 가능성도 제기됐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암호화폐경제연구소 설립자인 크리스천 카탈리니 교수는 “테라·루나 같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생태계가 성장하는 동안은 작동할 수 있지만 언젠가는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쁜 이들이 암호화폐 기술을 이용해 사기를 설계하고 사기와 금융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권 대표를 전면 조사해 테라·루나 붕괴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AFP는 권 대표의 급상승과 추락이 바이오벤처 테라노스 창업자인 엘리자베스 홈스와 비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언론이 ‘또 다른 스탠퍼드 출신인 홈스와 닮았다’고 보도한 내용도 함께 소개했답니다.
그러면서 “한때 천재로 칭송받던 그가 이제 암호화폐 테라의 붕괴로 투자자들에게 400억달러(약 52조원) 상당 손해를 끼친 범죄자라는 오명 속에 ‘한국판 사기꾼 홈스’라고 비난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1년생인 권 대표는 대원외고를 졸업,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답니다.